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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DM으로 내 딥페 사진이 왔다” 공포 떤 여고생, 일상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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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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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거주하는 A양(19)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3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자신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셀카’를 남녀가 성관계하는 모습에 합성한 딥페이크(가짜 이미지 합성 기술)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낸 이는 “주변에 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A양을 성적으로 조롱하다가 돌연 계정을 삭제한 뒤 사라졌다. 그러나 두 달 뒤인 5월, 이번엔 다른 계정을 사용하는 이가 똑같은 사진을 보내며 A양을 협박했다.


A양은 2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두 명이 같은 사람인지는 모른다”면서도 적어도 한 명은 자신의 주변 사람일 것이라고 의심했다. 도용된 사진이 2022년 A양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올려진 사진이 24시간 내에 자동으로 삭제되는 실시간 공간이다. A양은 당시 자신과 팔로우 상태였던 누군가가 사진을 본 뒤 캡처해서 가지고 있었다고 보고있다. A양은 또 “사진을 보낸 사람은 제게 남자친구가 있는 것과 제가 다니는 학교가 어디인지까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A양이 다녔던 학교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딥페이크 피해 명단’에 속해 있다. 온라인에 공유된 딥페이크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 규칙에 따르면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관리자가 지정한 여성에게 ‘능욕 메시지’를 보낸 뒤 이를 인증해야 해당 방에 가입할 수 있다. A양은 “제게도 인증의 목적으로 DM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와 구별 힘들어…피해자는 ‘공포’


전문가들은 실제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게 제작된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원치 않게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피해자로서는 본인과 전혀 관련이 없는 상황임에도 실제인 것처럼 성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해명할 창구조차 없는 것에 대해 공포와 무력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양도 해당 사진을 받은 뒤 두려움에 휩싸여 대인관계까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A양은 “주변 사람이라는 의심이 드니까 친구들을 거의 다 끊고 혼자 지내다시피 했다”며 “굉장히 힘들게 학교를 다녔다”고 토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유랑’ 활동가도 “(사진 속) 여성의 몸을 조각조각 잘라내서 그것을 내 마음대로 편집하고, 가공하는 행위 자체가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며 “가해자와 (물리적으로) 접촉하지 않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여성들의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0대 ‘놀이 문화’처럼 여기는 경향…“누구나 겪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딥페이크 음란물을 단순한 사진 합성 정도의 ‘장난’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두려움을 호소하는 여성들을 향해 ‘어리고 예쁜 여성만 당하는 피해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조롱하는 반응까지 있다.


유랑 활동가는 이에 대해 “성적인 이미지로 착취됐다는 감각은 당사자로서 충분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가 흔히 어린 여성만 겪는다고 생각하는 통념이 있는데,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를 보면 전 연령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피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독 10대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만연한 이유로는 ‘기술 접근성’과 ‘놀이 문화’가 언급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7월 딥페이크 성 착취 범죄 신고는 전국에서 모두 297건 접수됐으며, 입건된 피의자 178명 가운데 10대가 131명으로 73.6%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10대들은 기술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촬영물을 공유하는 것 자체를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처벌 규정 강화·인식 개선 동시에 필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따르면 반포를 목적으로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반포 목적’이 아니거나 단순 소지한 경우에는 처벌받지 않는다. 딥페이크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법무법인(유한) 강남의 서수민 변호사는 “실무적으로는 단순히 보관 목적으로 제작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당사자를 협박하는 경우 ‘형법상 협박죄’가 아닌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등이용협박죄’로 더욱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형법상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등이용협박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홍푸른 법무법인 디센트 대표변호사는 “딥페이크 사진이나 영상은 촬영물등이용협박죄에서 규정하는 촬영물이나 복제물이 아닌 ‘편집물’로 분류된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사진 및 영상이 유통되며 협박에 사용되는 만큼 성폭렬처벌법상 촬영물등이용협박죄로 처벌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랑 활동가는 “여성의 몸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문화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딥페이크 성범죄도 결국 여성을 동등한 주체로 보지 않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성차별 해소가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