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 전문 서수민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설 명절 연휴 직전에 이혼 조정에 성공한 실제 사례를 통해 이혼소송기각 주장 시 소송 진행 관련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의뢰인분들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이혼을 결심하시게 된 배경에 대해 듣게 됩니다. 의뢰인분들께서 이혼을 결심하시게 되는 계기는 무척 다양하지만, 충동적으로 결정하시는 분은 거의 뵙지 못했습니다.

대다수가 수년 동안 상대방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셨거나, 아이들만 바라보며 부모로서 역할만 하며 생활하시거나, 아니면 상대방을 아주 포기하는 쪽의 선택을 하십니다. 그러던 중, 더 이상 이 같은 생활을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면, 그때 이혼을 결정하십니다.

이혼을 결심하는 것이 이토록 많은 시간 동안의 긴 고민이 필요한 것임에도, 막상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 소송 진행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고, 이혼을 기각해달라는 답변을 하는 경우입니다.

이혼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이혼기각 주장

재판부가 이혼 사건 첫 재판에서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묻는 첫번째 질문은 바로 "당사자 모두 이혼 의사가 있는가?"입니다. 이혼은 부부의 이별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이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야 하고, 만약 당사자 중 한명이라도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가 강제로 이혼을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혼소장을 송달받은 상대방이 무턱대고 이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 경우 재판부에서는 '가사조사'라는 절차를 통해 이 사건 담당 가사조사관을 파견하고, 원고와 피고의 각 입장을 조사관을 통하여 확인하게 됩니다. 통상 가사조사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는 소요되는바, 가사조사가 종료되면 다시 기일이 잡히게 됩니다.

저는 이 같이 이혼을 거부하는 입장의 의뢰인분들도 대리하고 있지만, 이혼 기각을 원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강한 의지 및 혼인 유지를 위한 노력과 관련한 충분한 증거는 필수입니다.

아래는 제가 수행한 사건의 실제 사례이고, 오랜 기간 외도를 저지르고도 혼인 유지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상대방이 소장을 받고도 지속적으로 이혼을 거부한 상황과 관련하여 원고의 입장에서 포스팅하겠습니다.

※ 단,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따라 의뢰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내용은 각색하였음을 미리 고지드립니다! ※

이혼의 배경

원고는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피고와 우연한 기회로 십수년만에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좋은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던 두 사람은 몇 번의 만남으로 교제를 결정하게 되었고, 양가에 알리지 않은 상태로 살림부터 합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는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난히 몸에서 열이 나고, 식은땀이 나면서, 생전 입에도 대지 않던 음식이 자꾸 당기던 원고는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는 병원에 방문해 임신 8주차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양가에 교제 사실 및 임신 사실을 알렸고, 원고의 배가 불러오기 전에 결혼식을 올린 후 혼인 신고를 하였습니다.

원고는 아이를 출산하고 바로 회사에 복귀하여 경제활동을 하였고, 가족이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기를 바라며 부업까지 불사하였지만, 피고는 회사를 꾸준히 다니지 못하고 아이를 돌보겠다는 핑계로 집에 머무르며 휴대폰 게임에 집중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원고는 아이가 피고 휴대전화로 시청하던 유투브 화면에 수상쩍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된 것을 확인하고, 피고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피고는 한 명도 아닌 세 명의 여성과 외도를 저질렀고, 이들은 원고도 잘 아는 사이의 주변 지인들이었습니다.

큰 충격에 빠진 원고는 고민 끝에 피고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전개

원고는 피고의 외도 증거를 모조리 수집하여 서수민 변호사에게 공유하였고, 이에 저는 이 증거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이 사건 이혼의 근거가 타당하고, 피고의 위자료 책임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이혼 소장에 기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혼 소장을 송달받은 피고, 이혼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제출하였습니다. 피고는 아직 원고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첫 번째 재판에서 피고는 세 명의 여성과 바람을 피운 사실은 인정하지만, 원고를 아직 사랑한다는 이유로 이혼 기각을 주장하였고, 이에 원고는 그야말로 뒷목을 잡는 상황이었지만, 아이를 위해 꿋꿋하게 상황을 버텨나갔습니다.

두 사람은 약 6개월 동안 진행된 가사조사를 마치고 조정장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때에도 피고는 다시 이혼 기각을 주장하였습니다.

조정이혼 성립

피고는 이 사건에서 자신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주장만 오로지 개진하였을 뿐, 자신이 원고와 아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혼인을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진술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조정장에서 조정위원들에게 원고의 입장에서 혼인 파탄 사유를 충분히 설명하며 조정위원들을 설득하였습니다. 처음에 조정위원들은 피고가 강력하게 혼인 유지를 원하는 점을 고려해 한번만 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까지 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원고의 입장에 백분 공감해주었습니다.

이어 조정위원들은 조정기일을 한 차례 더 지정하여 그때 다시 피고와 이혼을 논의해볼 것을 제안하였지만, 저는 아이의 신학기 교육 환경 및 피고와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 피고의 유책사유 중 서면에 제출하지 못한 내밀한 부분 등을 강조하여 당일 조정으로 이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혼 조정장을 나서면서 원고와 저는 부둥켜안고 기뻐하였습니다. 가족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던 원고의 웃는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이날 조정은 운 좋게도 현명하신 판사님, 사려 깊은 조정위원님들의 조력이 있어 더욱 좋은 결과로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혼 기각에 성공한 의뢰인의 사례 역시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